아이 어휘력은 어떻게 자랄까 — 낱말 카드보다 대화입니다
낱말을 많이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마음에 카드부터 사게 됩니다. 그런데 어휘는 외운 낱말의 수가 아니라 그 낱말을 만난 상황의 수로 자랍니다. 그래서 카드보다 대화가 앞섭니다.
아이 어휘력은 무엇으로 자랄까?
아이가 무언가를 가리키거나 소리를 내고 어른이 그것에 반응하는 왕복이 어휘의 기본 단위입니다. 이 주고받음이 잦을수록 낱말이 붙습니다. 한 방향으로 쏟아지는 말은 같은 양이라도 효과가 훨씬 덜합니다.
그래서 말수가 적은 부모라도 불리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총량보다 아이의 신호에 반응하는 빈도입니다. 아이가 창밖을 볼 때 같이 보고 한마디 얹는 것이 혼자 열 문장을 말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낱말을 아는 것과 쓰는 것도 다릅니다. 아이는 같은 낱말을 여러 상황에서 만나야 자기 것으로 씁니다. "크다"를 그림책에서, 미끄럼틀에서, 형 신발에서 각각 만나야 의미가 잡힙니다.
일상에서 대화를 어떻게 늘릴까?
지금 벌어지는 일에 말을 붙이는 것이 가장 쉽습니다. 요리하며 "당근 자를게, 딱딱하네", 옷 입히며 "팔 넣자, 이건 소매"처럼 하면 아이는 상황과 낱말을 함께 받습니다.
답을 기다리는 시간을 늘리면 대화가 길어집니다. 어른은 보통 아이가 답하기 전에 다음 말을 시작합니다. 몇 초만 더 기다리면 아이가 자기 말을 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 말을 조금 늘려 되돌려 주는 것도 널리 쓰이는 방법입니다. "차"라고 하면 "빨간 차네"로, "차 가"라고 하면 "차가 빨리 가네"로 한 단계씩 얹어 줍니다.
책이 일상 대화보다 유리한 이유는 무엇일까?
책에는 일상 대화에 잘 나오지 않는 낱말이 들어 있습니다. 집에서 "울창하다"나 "머뭇거리다" 같은 말을 쓸 일은 드물지만 이야기 속에는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게다가 책은 그림과 맥락을 함께 주기 때문에 모르는 낱말도 뜻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설명 없이도 의미가 전해지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읽어주기가 대화로 이어지면 효과가 커집니다. 다 읽고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한 마디를 얹으면, 아이는 방금 들은 낱말을 자기 말로 꺼내 보게 됩니다.
또래보다 아는 낱말이 적으면 문제일까?
어휘력을 낱말 개수로 재고 싶어지지만, 그 숫자는 세는 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져 비교의 기준이 되기 어렵습니다. 알아듣는 낱말과 입 밖으로 내는 낱말이 다르고, 대개 알아듣는 쪽이 훨씬 먼저 그리고 훨씬 많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말수가 적은 아이라도 알아듣는 폭이 넓다면 걱정할 상태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낱말은 많이 말하는데 상황에 맞게 쓰지 못한다면, 개수보다 그쪽을 살펴보는 편이 의미가 있습니다.
보실 만한 것은 개수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지난달에 없던 낱말이 이번 달에 생겼는지, 한 낱말이 여러 상황으로 번져 가는지. 늘어나는 흐름이 보이면 속도의 차이는 대체로 시간이 해결합니다.
형제자매나 어린이집은 어휘에 어떤 영향을 줄까?
둘째가 첫째보다 말이 늦게 트이는 것처럼 보이는 일은 흔합니다. 형이나 누나가 대신 말해 주면 아이가 직접 말할 필요가 줄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물었을 때 잠깐 기다려 주는 것만으로 이 자리가 다시 열립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또래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도 어른과의 대화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또래끼리의 말은 대개 짧고 익숙한 낱말 안에서 오갑니다. 새 낱말은 주로 어른과의 대화나 이야기에서 들어옵니다.
하루 중 대화를 확보하기 어렵다면 이미 있는 시간에 얹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등하원 길, 밥 차리는 동안, 목욕 시간처럼 매일 반복되는 자리 하나를 정해 두면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쌓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 낱말 카드나 플래시카드는 효과가 없나요?
- 낱말을 기억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렇게 외운 낱말은 실제 상황에서 쓰이지 않으면 오래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조로 쓰되 대화와 읽어주기를 대신하지는 않는 편이 좋습니다.
- 아이가 아직 말을 못 하는데 대화가 될까요?
- 됩니다. 아이의 눈길, 몸짓, 옹알이가 모두 대화의 한쪽입니다. 거기에 반응해 주는 것이 이미 주고받음이고, 말이 트이기 전부터 쌓입니다.
- 어려운 낱말을 일부러 써도 될까요?
- 괜찮습니다. 뜻을 짐작할 수 있는 맥락과 함께 나오면 아이는 어려운 낱말도 받아들입니다. 다만 매 낱말을 설명하려 들면 대화가 수업이 되므로, 흐름을 끊지 않는 선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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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적인 육아 참고 정보이며, 의학적·발달 진단 조언이 아닙니다. 아이의 발달에 대해 걱정되는 점이 있다면 소아과나 발달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